"아빠 닮아 큰돈 잘 굴리네"…여의도에 뜬 '90년대생' 정체 [돈앤톡]

입력 2024-03-07 07:10   수정 2024-03-08 16:16


금융투자 업계를 주름잡아 온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의 '2세'가 여의도에서 속속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느덧 부모세대인 '86세대'(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생)의 뒤를 이어 자녀세대인 '90년대생'들이 포착되는 겁니다. 이들은 본업과 재능을 이어받으면서도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 부사장 출신인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의 90년대생 딸 배모씨는 현재 한 자산운용사 ETF본부에 다니고 있습니다.

배 대표는 2002년 국내 첫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00'를 내놓은 인물로 시장에선 'ETF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지난해 열린 최대 ETF 연간 행사 '글로벌 ETF 콘퍼런스 서울'에서 개인 공로상을 받기도 했죠.

큰 틀에서 이들 부녀(父女)는 같은 ETF 시장에 몸 담고 있지만 영역은 조금 엇갈립니다. 배씨가 근무하는 이 자산운용사는 '헤지펀드'와 '액티브 ETF'의 명가입니다. 적극적인 운용으로 알파(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추구하는 곳이죠. 지수 성과를 안전하게 복제해서 따라가는 '패시브 ETF' 전략을 강조해 온 아버지와는 반대의 선택을 한 것입니다.

또 국내 '가치투자' 1세대 펀드매니저로서 신영자산운용의 창립멤버인 '신영맨' 허남권 대표의 아들도 여의도 현역입니다. 90년대생 아들 허모씨는 유진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로 근무 중입니다. 허 대표와 달리 아들은 셀 사이드인 증권사에 다니지만 금융 소비자들의 자산을 굴려준다는 측면에선 '부전자전'(父傳子傳)입니다. 허모씨는 부서 안팎에서 "꼼꼼하고 업무 수완이 좋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1996년 신영자산운용 창립멤버로 합류한 지 29년, CEO 자리에 오른 지 8년째인 허 대표는 최근 회사에 사임의사를 밝혔습니다. 허 대표는 "후배들이 맡아서 새 가치주의 '시즌2'를 열어주길 바란다"면서 지휘봉을 내려놓는 소감을 전했는데요. 아들 허모씨가 가치투자 시즌2의 주역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처럼 '운용사에 아버지, 증권사에 아들'의 사례는 또 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와 현대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직전까지 한미글로벌자산운용 수장을 지냈던 장부연 전 대표의 아들도 현역으로 뛰고 있습니다. 차남 장모씨가 모 증권사 IB(Investment banking·투자은행) 부서에 재직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너 부자(父子)라는 점에서 앞선 사례와 다르기는 해도 가치투자 1세대인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전 회장의 아들도 본업을 계승했습니다. 강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가운데 장남인 강자인 국내운용본부장본부장은 이 회사 주요 펀드 11개의 책임 운용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가 굴리는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의 설정액(클래스 합산 기준)은 3300억원에 달합니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타사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 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었다면 최근 들어선 이런 관계를 함구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부모의 후광을 받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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